대나무/김준한 저 가느란 생이 허공을 밀어올릴 수 있는 것은 매듭이 그 생을 떠받들고 있기 때문이다. 얽힌 어둠 속에 둔 뿌리로 부터 끌어올린 기억들이 심연 가득한 허방을 차갑게 적실 때마다 기둥은 사방으로 몸을 부풀려야 했다. 몸속, 오래된 기억처럼 각인된 저 매듭들 활로를 잃은 시간들 모여 어깨를 맞닿아 견고한 시간의 집을 이룬 곳 끝을 각인하고서야 또 다른 시작이 열리듯결별한 시절 하나 몸속 깊이 매듭짓고 나서야 줄기는 줄기의 끝을 딛고 새로운 줄기를 밀어올릴 수 있었다. 허공의 중심을 채우기 위해 몸 하나 키우는 일이란 무엇 하나 들어차지 않는 몸 밖 세월과 무엇도 들어차지 않는 몸 안, 그 텅 빈 여운 사이를 비집고서 경계를 이루는 일 안과 밖이 충돌하는 울림을 흡수하는 일. 늘, 톱날이 빗나가던 기억 하나 애써 썰어내자 그 위로 무성히 키웠던 허공 한 줄기 허물어져 뿌리, 뿌리 속으로 스며들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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